1. 함안 가볼만한곳, 고분과 강이 어우러진 고요한 풍경
한동안 분주했던 일상에 지쳐, 이번에는 조금 더 조용하고 덜 알려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지도를 들여다보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곳이 바로 경남 함안이었습니다. 잘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어서 오히려 더 끌렸고, 조용한 하루를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도착해보니 함안은 제가 기대했던 바로 그 ‘소박한 여행지’였습니다. 첫 번째로 찾은 곳은 함안의 대표적인 명소인 함안 말이산 고분군이었습니다. 고분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처음엔 조금 낯설었지만, 막상 고분군 앞에 서니 마치 이곳의 시간을 느리게 흘러가게 만드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낮은 언덕을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지는 둥근 고분들은 마치 푸른 잔디 언덕처럼 보였고, 잘 정비된 산책길 덕분에 가볍게 걷기에도 너무 좋았습니다. 봄 햇살에 잔디가 반짝이는 모습을 보며, 이곳이 단지 역사의 흔적을 남긴 공간이 아니라 지금도 사람들이 조용한 쉼을 얻는 장소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분군을 한 바퀴 돌고 난 후에는 인근의 함안박물관도 들렀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내부에는 아라가야 시대의 유물과 생활사가 잘 정리되어 있었고, 무료로 관람이 가능해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고분에서 출토된 토기나 장신구를 실제로 보는 순간, 이 땅에도 찬란한 문화가 존재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고, 조용히 관람을 하며 오래전 함안의 시간을 상상해보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엔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이후에는 함안을 가로지르는 남강변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습니다. 다른 도시의 강보다 폭은 좁지만, 오히려 그 점이 이곳만의 정겨운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었고, 강가에 핀 유채꽃과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는 작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저는 어느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냥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해지는 순간이 바로 이런 거구나 싶었죠. 함안은 말 그대로 ‘소리 없는 여행지’였습니다. 유명한 관광지처럼 북적이지도, 인위적인 볼거리를 제공하지도 않지만,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나와 마주하게 해주는 공간이었습니다. 걷는 길, 보는 풍경, 그리고 스치는 바람까지도 여유로움으로 다가오는 곳. 함안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천천히, 조용히 흘러갔습니다.
2. 함안 맛집 탐방, 소박한 식당에서 만난 따뜻한 밥상
조용한 여행지에서 먹는 한 끼는, 언제나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함안은 대도시처럼 화려한 음식문화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진심 어린 손맛과 정겨운 분위기로 채워진 작은 식당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먹는 한 끼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일부로 기억되곤 하죠. 이번 함안 여행에서도 그런 기억에 남는 따뜻한 밥상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함안 국밥거리에 위치한 오래된 설렁탕집이었습니다. 외관은 오래된 시골 식당 느낌 그대로였고, 내부도 넓지 않았지만 들어서는 순간 퍼지는 구수한 뽀얀 육수 냄새가 모든 걸 설명해줬습니다. 설렁탕 한 그릇을 시키니 푸짐하게 담긴 고기와 당면, 그 위에 파가 소복히 얹혀 나왔고, 국물은 깊고 진하면서도 전혀 느끼하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국밥 한 그릇에 갓 지은 밥을 말아 먹고 있으니, 이 순간만큼은 정말로 집밥보다 더 든든하고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음으로는 현지인들이 점심시간이면 줄을 선다는 한우불고기 정식집에 갔습니다. 관광객보다는 주민들 위주로 붐비는 식당이었고, 메뉴도 단출했습니다. 불고기는 불향이 은은하게 베어 있었고, 직접 담근 반찬들과 함께 차려진 상은 정갈하면서도 정성스러운 시골 밥상의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반찬 하나하나가 맛있고 짜지 않아서 밥이 저절로 넘어갔고, 사장님께서 “밥 더 드릴까요?” 하시는 말씀이 왜 그렇게 따뜻하게 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음식 맛도 물론 좋았지만, 공간을 채우고 있던 그 정서적인 편안함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함안 시내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디저트 카페에 들렀습니다. 외관은 한옥 스타일로 리모델링되어 있었고, 안에는 고요한 음악과 함께 은은한 커피향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창가에 앉아 직접 만든 수제 인절미 케이크와 오미자차를 주문했는데, 그 조합이 참 좋았습니다. 여행 중에 만나는 이런 소박한 감성 카페 하나가 여행의 여운을 한층 더 길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함안에서의 식사는 단 한 끼도 허투루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음식마다 정성과 마음이 담겨 있었고,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사람들의 손길이 있었기에, 작은 접시 하나에도 진심이 전해졌습니다. 조용한 도시에서 먹는 따뜻한 한 끼, 그것이 이번 여행에서 제가 가장 감사하게 느꼈던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3. 경남 숨은 여행지, 마음을 쉬게 하는 함안의 매력
함안에서의 마지막 하루는 조금 더 천천히 보내고 싶었습니다. 이 작은 도시가 주는 여유와 정서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고, 머무는 시간 자체가 아깝게 느껴질 만큼 조용하고 따뜻한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정을 따로 정하지 않고, 시내 근처의 골목을 이리저리 걸으며 ‘걷는 여행’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우연히 들르게 된 작은 서점, 낡은 가정집을 개조한 공방, 오래된 간판이 그대로 남아 있는 철물점들. 모든 풍경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도시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누구도 급해 보이지 않았고, 도로에는 차보다 사람이 더 많았으며,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였습니다. 커피를 사러 들른 편의점에서도 “여행 오셨어요?”라며 먼저 말을 걸어주시던 직원 분 덕분에, 다시 한 번 이 도시가 사람의 온기로 채워져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는 입곡군립공원을 찾았습니다. 잘 정비된 공원 안에는 저수지와 산책길이 이어져 있었고, 조용한 숲길을 걷는 느낌이 정말 좋았습니다. 산책 중간중간 마주하는 나무 데크길과 물소리, 새소리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배경 음악처럼 느껴졌고, 걷는 내내 마음이 참 편안했습니다. 저는 한 벤치에 앉아 이번 여행을 사진으로 정리해봤고, 문득 ‘이렇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도 충만한 느낌은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안은 유명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액티비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대신 마음을 쉬게 해주는 특별한 정서를 가진 도시입니다. 그 정서는 화려하지 않고, 조용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도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이곳을 ‘할 게 없는 도시’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 도시에서 진짜 여행이란 무엇인지 다시 떠올릴 수 있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충전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도 또다시 마음이 지치고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기분이 들 때, 저는 주저 없이 함안행 기차를 타고 이곳을 찾을 것입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를 나답게 해주는 그 조용한 도시, 함안. 여러분도 꼭 한 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을 함안에서 해보시길 바랍니다.